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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몽 생 미쉘, 물길을 걸어 성으로 가는 길
파리는 비에 젖고 있다. 가로등 불빛 아래 키스하는 연인들 곁으로는 낙엽의 무덤. 물 비린내와 젖은 낙엽의 흙냄새가 대기를 채우고 있는 몽파르나스 역에 내리니 밤 10시40분. 걸어서 5분 거리라는 호텔에 들어선 건 자정을 넘긴 12시10분. 한 시간 반 동안 비 내리는 파리의 밤거리를 걸었다. 공항 안내소의 직원이 호텔 이름을 엉뚱하게 알려줘서 헤매고, 잘못 찾아간 호텔의 직원이 우리가 예약한 호텔의 번지수를 틀리게 적어줘서 또 돌고, 막판에는 전화 통화까지 한 직원의 설명을 잘못 알아들어 호텔을 지척에 두고도 빙빙 돌았다. 이제 파리의 밤을 떠올리면 몽파르나스 역 주변을 맴맴 돌던 오늘밤이 제일 먼저 떠오르겠지.

새벽 5시 반에 숙소를 나서 몽파르나스 역으로 이동, 인터넷으로 예약해놓은 표를 찾고 기차에 오른다. 렌(Rennes)으로 가는 초고속열차 TGV다. 먹빛 어둠이 물러가는 자리에 새벽 하늘이 푸르게 열리고 있다. 비둘기의 날개 같고, 바다의 물결 같고, 사파이어처럼 명징한 푸른 빛. 앞좌석에서는 이번 여행의 동반자 J양이 다소곳한 자세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살라망카에서 얌전히 공부에 몰두하고 있던 그녀를 꼬드겨-방수 점퍼며 가방 따위를 빌려주는 물량 공세를 펼쳐- 데려온 터라 부담도 크다. 혼자 다닐 때는 뜻대로 안 풀리는 일이 있어도 나만 설득하면 되지만 동행자가 있을 때면 몇 배로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도 익숙한 얼굴이 앞자리에 앉아 있으니 왠지 든든하다.

졸다 깨어보니 TGV가 연착했단다. 선로에 이상이 생겨 20분 늦게 렌에 도착했는데 갈아 탈 열차는 5분 전에 떠났다. 다음 기차까지는 7시간이 넘게 남아 마을을 둘러보기로 한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낯선 마을에 떨어졌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편견 없이 이곳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생긴다. 렌은 브르타뉴 지방의 수도로 그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의 재판이 진행된 곳이다. 간첩으로 몰려 직위가 박탈되고 외딴 섬의 감옥에 갇힌 드레퓌스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한 누명을 쓴 군인이었다. 국가 권력에 맞서 개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궐기해 드레퓌스를 옹호할 때 에밀 졸라도 선두에 섰다. 그 유명한 글 ‘나는 고발한다’를 발표했을 때 프랑스인들은 졸라를 매국노로 취급해 온갖 협박을 가했다. 심지어는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한다. 재판정에서 졸라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은 의회도, 신문도, 신문이 만들어 낸 여론도 나에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나의 편은 다만 진리와 정의뿐이지만, 프랑스는 언젠가 거짓과 맞서서 싸운 나에게 감사할 때가 올 것입니다.”

결국 졸라와 양심적인 지식인들의 노력으로 드레퓌스는 무죄로 석방됐다. 졸라의 신념은 틀리지 않아 오늘의 프랑스는 거짓과 맞서 싸운 졸라를 기억하고 있다. 이 마을 시내의 대로가 ‘에밀 졸라 거리’로 명명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을을 둘러보니 채색을 하고 버팀목을 두른 오래된 집들이 곳곳에 서 있다. 브르타뉴 지방의 전통 양식 가옥이란다. 렌은 중세와 18~19세기, 21세기의 건물들이 뒤섞여 독특한 향기를 발산한다.

마을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도 둘러보고 골목을 기웃거리다 보니 어느덧 점심 시간. 이 작은 마을에 중국, 태국, 레바논, 아프리카, 루마니아 음식점 등등 다양한 국적의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은 사과주와 크레페라는데 둘 다 배고픈 여행자를 위로하기에는 불합격이다. 결국 양이 많은 중국 식당의 볶음밥과 볶음 국수가 오늘의 점심 메뉴로 간택됐다. 점심을 먹고 노천카페에서 차를 마시다보니 7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기차를 놓친 덕분에 얻은 행복한 만남이었다.

아브랑슈(Avranches)에 내려 마을로 가는 길을 묻는다. 친절히 길을 설명하던 아줌마가 차 문을 열고 말한다. “내가 마을까지 데려다 줄 테니 타세요.”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 교사인 캐더린은 수다스럽고 정 많은 시골 아줌마 같다. “프랑스 사람들이 불친절한 건 세상이 다 알잖아요. 나도 파리에 갈 때면 파리 사람들의 불친절 때문에 소름이 돋아요. 친절하게 구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최소한 이 정도는 서로 나누며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되묻는다. 마치 프랑스의 이미지가 그녀의 어깨에 달려 있는 듯 최선을 다해 우리를 접대하는 캐더린. 우리가 가려던 호텔이 문을 닫은 바람에 도시 외곽의 B&B로 태워다주고, 그 근처의 식당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그녀와 헤어질 때 양쪽 볼에 키스하며 외쳤다. “당신은 내가 만난 가장 친절한 프랑스인이에요!”

잠이 없기로 유명한 J양이 새벽 5시에 깨는 바람에 덩달아 잠을 설쳤다.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다시 아브랑슈로 이동, 노르망디 호텔로 온다. 몽생미쉘(Mt. St. Michel)로 가는 30㎞의 길은 호텔 옆 내리막길에서 시작된다. 길은 안개에 갇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른쪽으로 목초지와 강을 두고 남쪽을 향해 가는 길, 차가 다니지 않는 포장 도로다. 어쩌다 개를 끌고 운동을 나온 동네 사람들과 스칠 뿐 길은 한가롭다. 저 안개 너머 어딘가에 돌로 지은 수도원이 섬으로 떠 있겠지. 안개가 걷히면 마법의 성이 모습을 드러낼까. 조금씩 안개가 물러간다.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강변에서 점심을 먹는다. 근처 빵집에서 산 바게트와 치즈 한 덩어리가 전부인데 12첩 반상이 부럽지 않다. 긴 바게트 하나를 남김없이 해치우고 빵집으로 달려가 하나를 더 사서 돌아오는 길에 다 먹고 만다.

다시 배낭을 둘러맨다. 양들이 풀을 뜯는 푸른 초원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다. 지도에도 없는 개울이 곳곳에 흘러 이리저리 돌아가야 한다. 게다가 누군가 8t 트럭을 몰고 와 들이부었는지 거대한 똥밭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가도 가도 끝없는 똥밭, 그 밑은 늪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젖어 발이 푹푹 빠진다. 방수신발을 신은 나는 그나마 나은데 운동화를 신고 온 J양은 온 발에 똥물이 들었다. “그래도 채식을 하는 양들의 똥이니까 사람 똥보다는 덜 독하겠죠?” 어설픈 위로를 건네지만 그녀는 상심한 티가 역력하다.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중세의 성으로 가는 길인 양 유혹했는데 똥밭에 구르게 하다니…. 죄책감이 밀려드는 한편으로 이 길에서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슬금슬금 피어난다. 멀리서 보면 평화롭기만 한 초원의 풍경에 이런 덫이 있었다니….

똥밭에 지친 우리는 잡풀이 무성한 기슭에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쉰다. J양은 그림을 그리고 난 노래를 부르며. “하늘에 구름 떠가네. 보라색 그 향기도. 이 몸이 하늘이면 얼마나 좋을까. 내 곁에 사랑도 가네. 빨간 입맞춤도. 시간이 멈춰지면 얼마나 좋을까….” 강을 건너온 바람이 이마를 쓸고 지나간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풀들 위에 몸을 누인다. 하늘이 가득 안겨온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아득하게 멀어진다. 내 몸이 점점 작아져 먼지처럼 대기 속으로 스며드는 것만 같다.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대로 멈추어도 좋겠다 싶은 그런 시간.

오후 2시. 마침내 지평선 너머로 몽생미쉘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점처럼 작고 뿌옇던 실루엣이 조금씩 커지고 짙어진다. 똥밭도 벗어낫겠다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간다.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부부, 오늘 처음 만나는 도보여행자다. 노르망디에 사는 마리와 르루 부부는 올 여름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었단다. 프랑스 중부 르푸이에서 시작해 레옹까지 걸었고, 내년 여름에 레옹에서 산티아고까지 걸을 예정이란다. 나도 산티아고를 걸었다고 하니 몹시 반가워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부부가 되돌아와 우리를 부른다. 시간이 나면 꼭 노르망디의 집으로 놀러오라면서 주소를 건넨다. 역시 산티아고를 걸은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다섯 시가 조금 넘어 몽생미쉘 근처의 작은 마을 퐁토르송(Pontorson)에 도착했다. 일단 숙소를 잡고, 몽생미쉘을 향해 걸어간다. 물이 빠진 갯벌 위에 드러난 몽생미쉘은 왠지 처연한 얼굴이다. 단체 관광객들의 물결을 피해 성벽 뒤로 건너가 바위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바다로 지는 해를 봤다. 어린 새 한 마리 물가에 오래 서 있고 갯벌 너머로 붉은 해가 넘어갔다. 새들이 태양 속으로 날아갔고 먼 데서 바람이 불어왔다. 젖은 노을이 하늘가로 번지고 있다. 매표소의 문이 닫히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시간에 수도원 골목으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으로 어둠이 내리고, 갯벌은 어둠에 갇히고 있다. 수도원의 문은 잠겼지만 아쉽지는 않다. 30㎞를 걸어 도착한 이곳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보았고, 내 곁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감수성을 지녀서 더 매혹적인 J양이 있었고, 오래된 유적 속으로 걸어 들어가 바다의 밤을 몰래 지켜볼 수 있었으니까.

▶아브랑슈에서 몽생미쉘까지 이어지는 30㎞의 길

몽생미쉘은 노르망디의 작은 바위섬에 지어진 수도원이다. 전설에 따르면 8세기 초, 아브랑슈(Avranches)의 주교였던 성 오베르(St. Aubert)의 꿈에 천사장 미카엘이 나타나 섬에 수도원을 지을 것을 명했다고 한다.

꿈을 무시했던 그는 분노한 천사장이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를 태워 구멍을 만들고 나서야 공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관광지로 해마다 350만명이 찾아온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주변은 물이 빠진 펄과 광대한 초지이다. GR 22 길의 일부로 흰색과 빨간 색의 표지만 따라가면 되므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브르타뉴의 전통음식은 메밀로 만든 크레페와 사과로 만든 술 시드르(cidre)다.

바다에 인접해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는데, 크림 소스의 홍합 요리와 함께 곁들이는 프렌치 프라이, 화이트 와인 한 잔은 놓치지 말자.

〈김남희 도보여행가 www.skywaywalk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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